재신고 마감 D-25…가상자산사업자 28곳, '대주주 심사' 첫 관문
강화된 특금법 시행령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28곳은 11월 20일까지 대주주와 재무 상태까지 다시 심사받아야 한다. 서류가 아니라 실제 작동을 증명하라는 당국과, 끝이 보이지 않는 심사에 비용까지 떠안은 업계 사이의 간극이 마감을 앞두고 드러나고 있다.
국내에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사업자는 다음 달 20일까지 강화된 기준에 맞춰 신고서를 새로 내야 한다. 8월 20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일괄 재심사다. 대상은 업비트·빗썸 같은 원화 거래소부터 소규모 지갑·수탁업체까지 28곳이다. 이번에는 회사뿐 아니라 그 회사를 실제로 지배하는 대주주까지 들여다본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국회에 묶여 있는 사이, 시행령 하나가 업계의 진입·퇴출 문턱을 사실상 다시 그리고 있다.
배경
출발점은 올해 2월 19일 공포된 특금법 개정이다. 금융위원회는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8월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고, 신고제 관련 조항은 8월 20일부터 효력이 생겼다.
핵심은 신고를 받아주지 않을 수 있는 사유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신고 불수리의 법적 근거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정도로 좁았다. 개정 후에는 사업자와 임원, 대주주의 재무 건전성과 사회적 신용이 기준에 못 미쳐도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 법인 사업자의 부채비율은 200% 이하여야 하고, 최근 3년간 신용질서를 어지럽힌 이력이 없어야 한다. 대표와 임원에게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임원 자격 요건이 적용된다.
심사하는 대주주의 범위도 커졌다. 기존 최대주주와 10% 이상 주주에 더해, 대표나 이사 과반을 선임할 수 있는 주주가 새로 들어갔다. 최대주주가 법인이면 그 법인의 최대주주와 대표자까지 본다. 대주주나 준법 체계가 바뀔 때는 변경 후 14일 안에 알리던 방식에서 최소 30일 전에 미리 신고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현장과 데이터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8월 13일 서울 강남에서 신고 매뉴얼 설명회를 열었다. 이어 8월 20일 각 사업자 대표에게 이행 현황표를 보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표에는 44개 심사 항목이 담겼다. 17개는 조직·인력·전산설비·내부통제, 27개는 자금세탁방지와 이용자 보호 같은 법규 준수 체계에 관한 것이다. 사업자는 항목마다 실제 운영 방식을 적고, 근거 자료의 파일명과 쪽수까지 밝혀야 한다. 당국은 규정집이나 조직도만이 아니라 시스템 화면과 위탁 계약서를 실제 운영과 대조하고, 필요하면 현장 점검도 나간다는 입장이다.
자금세탁방지 전담 인력은 원칙적으로 4명 이상을 갖춰야 한다. 다만 기존 사업자에게는 부채비율과 인력·조직·전산설비·내부통제 요건에 1년의 유예가 주어졌다. 재신고 때는 이 요건의 충족 여부를 예·아니요로 답하고, 미충족이면 사유와 증빙을 내야 한다. 유예가 끝나는 내년 8월 이후에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직권 말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재무 요건이 실제로 얼마나 높은 벽인지는 언론 분석에서 윤곽이 나왔다. 이투데이는 7월 공시·비공시 재무 자료로 28곳을 살펴 15곳에서 위험 신호를 확인했다. 녹색경제신문은 7월 기준 재무 자료가 있는 24곳 가운데 12곳이 이미 부채비율 기준을 넘는다고 전했다. 집계 방식은 다르지만 대략 절반이 걸린다는 결론은 같다. 일부는 자본금이 모두 잠식된 상태여서 유상증자나 부채의 출자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갱신 심사의 속도도 변수다. 2021년 이후 첫 갱신 주기에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는 신고 후 약 1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에 수리를 받았다. 코빗은 약 1년 5개월 걸려 올해 2월, 코인원은 약 1년 7개월 만인 5월에 수리됐다. 5대 원화 거래소 가운데 빗썸과 고팍스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두 곳의 기존 신고 유효기간은 2024년 12월에 끝났고, 9월 중순 기준 대기 기간은 각각 650일 안팎에 이르렀다. 여기에 FIU가 9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연기하고 새 일정을 내놓지 않으면서 두 거래소의 결론도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입 쪽 움직임도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주요 주주로 참여한 비트고코리아는 8월 신고가 수리됐다. 높아진 문턱을 넘은 사업자에게는 그 자체가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쟁점
당국의 논리는 분명하다. 해킹, 고객 자산 유용, 자금세탁 위험을 감안하면 서류상 체계가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는 통제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행령은 송금 규율도 함께 조였다. 공포 후 6개월 뒤 시행되는 조항에 따라 100만원 이상 이전에만 적용되던 트래블룰이 모든 사업자 간 이전으로 넓어진다.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과의 거래는 위험이 낮은 해외 거래소이거나 송·수신인이 같은 사람일 때만 허용된다. 1,000만원 이상 이전에는 사업자가 자체 이상거래 감시 체계를 돌려야 한다. 쪼개기 송금으로 규제를 피하는 길을 막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엄격한 심사 자체보다 예측 가능성을 문제 삼는다. 법이 정한 불수리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서도 수리가 1년 넘게 미뤄진 사례가 쌓였기 때문이다. 업계는 평균 심사 기간과 대기 건수, 보완 요구의 유형, 과거 제재 이력이 갱신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8곳의 재신고가 한꺼번에 몰리면 빗썸·고팍스 건까지 맡고 있는 FIU의 처리 여력이 더 빠듯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비용 문제도 있다. 규제 수준은 금융회사에 가까워졌지만 법인 투자자 시장 개방과 2단계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수탁, 결제, 자산운용처럼 거래 수수료 밖의 수익원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산과 준법 인력 투자를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는 것이 중소 사업자들의 하소연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거래하는 사업자가 재신고와 유예 기간을 무사히 통과할지가 관심사다. 신고가 말소되면 해당 사업자는 영업을 이어갈 수 없다. 이용 중인 거래소나 지갑 업체의 신고 현황은 FIU 공지로 확인할 수 있다.
전망과 체크포인트
첫 고비는 11월 20일 재신고 마감이다. 마감 전후로 재신고를 포기하거나 사업을 접는 업체가 나오는지가 1차 신호다. 이후 FIU가 28건을 얼마나 빨리 처리하고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알리는지가 업계가 요구해 온 투명성의 시험대가 된다.
두 번째는 내년 8월 유예 종료다. 부채비율과 인력 요건을 끝내 맞추지 못한 사업자에게 직권 말소가 실제로 적용되는지가 이번 개정의 실효성을 보여줄 것이다. 송금 관련 조항의 시행에 맞춰 거래소들이 해외 출금 절차를 어떻게 바꾸는지도 이용자가 체감할 변화다.
마지막으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통과되면 거래소 진입은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바뀐다. 지금의 재심사가 사실상 인가 심사의 예행연습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빗썸·고팍스 갱신과 미뤄진 제재심이 언제 결론 나는지도 이 흐름의 일부로 지켜볼 대목이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
- 금융위원회 · 가상자산시장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법무법인 화우 · 특정금융정보법 시행령 개정안 뉴스레터
- 이투데이 · FIU, VASP 44개 항목 '작동 증빙' 요구
- 디지털타임스 · 규제는 금융사급, 금융 인프라는 제자리… VASP '이중고'
- 이투데이 · '부채비율 200%' 규제 심사대…경고등 켜진 VASP 자본확충 잰걸음
- 녹색경제신문 · VASP 갱신 심사 "언제 끝날지 모른다"
- 지디넷코리아 · FIU 제재심 멈췄다…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갱신' 해 넘기나
- 이투데이 · 미신고 영업 문턱 높아진 한국⋯글로벌 코인기업, 정식 진출 박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