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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도 넘긴 디지털자산기본법…1년 밀린 정부안, 11월 소위가 고비

올해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났지만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은 끝내 국회에 오지 않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 한도를 둘러싼 이견이 남은 채, 11월 정무위 법안소위가 연내 입법의 첫 시험대가 됐다.

6분 읽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22일 종합감사로 마무리됐지만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정부안은 여전히 국회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8일 금융위 국감과 22일 종합감사에서 같은 질문을 받고 두 번 모두 "막바지 협의 중"이라고만 답했다. 제출 날짜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논의 시점으로 제시해 온 11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연내 입법 여부를 가를 첫 관문이 됐다.

배경

디지털자산기본법은 2024년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남겨 둔 영역을 채우려는 법이다. 1단계 법이 불공정거래 처벌과 이용자 자산 보호에 집중했다면, 2단계 법은 코인 발행과 공시, 사업자 인허가, 원화 스테이블코인까지 한 틀에서 규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회는 먼저 움직였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7명이 2025년 6월 11일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냈고, 정무위는 그해 8월 26일 이 법안을 상정해 소위로 넘겼다. 이후 여야에서 법안이 잇따랐다. 박상혁 의원안은 사업자를 위험도에 따라 인가제와 등록제로 나누고, 디지털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을 허용하는 자본시장법 특칙까지 담았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10건이다.

정부안은 반대로 계속 뒤로 밀렸다. 2025년 10월 제출이 처음 거론된 목표였고, 이후 잡은 2026년 1분기 처리 목표도 지나갔다. 국제 정세 변화와 6월 지방선거, 후반기 국회 원 구성 지연이 겹치면서 상반기는 그대로 흘러갔다. 정부는 7월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 연내 입법을 다시 넣었다. 그러나 9월 1일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물러나면서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할 자리가 한 달 동안 비었다. 후임인 하준경 정책실장은 10월 1일 임명됐다.

현장과 데이터

최근 두 달의 일정을 순서대로 놓으면 지연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보인다. 9월 22일 서나윤 금융위 가상자산과장은 국회 세미나에서 정부안 일정이 바뀌더라도 11월 소위 논의는 그대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9월 30일 개최가 거론되던 정무위 공청회는 정부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이어 10월 국감이 시작됐고, 8일 금융위 감사와 22일 종합감사에서 정부의 답변은 달라지지 않았다.

8일 국감에서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수치는 제도 공백의 크기를 보여준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거래액은 6월 한 달에만 6조원을 넘었고 7월까지 누적 80조원에 달했다. 엔화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의 54%는 한국 시장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올해 들어 9월까지 63조원이 해외로 옮겨갔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의원실 자체 집계이며 순유출액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원화에 연동된 토큰을 케이맨제도 법인이 먼저 발행한 사례도 국감장에서 거론됐다.

국내 시장 체력도 약해졌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조사해 금융위원회가 10월 1일 공개한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6월 말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58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87조2000억원에서 약 3분의 1이 줄었다. 상반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3조1000억원으로 직전 반기보다 40% 넘게 줄었고, 원화예치금은 8조1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내려앉았다.

기업 쪽에서는 실험만 쌓이고 있다. KB국민카드는 9월 말 편의점 CU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을 마쳤지만 일반 고객 대상 출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이달 마지막 주 미국 갤럭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삼성월렛의 달러 스테이블코인 USDC 송금 기능을 열 예정이다. 국내 대표 기업의 스테이블코인 서비스가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먼저 나오는 셈이다.

법인 투자도 같은 이유로 멈춰 있다. 금융위는 2025년 2월 로드맵에서 그해 하반기 상장사와 전문투자자 등록법인 약 3500곳의 가상자산 매매를 시범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 가까이 후속 가이드라인은 공개되지 않았고, 금융위는 이를 기본법 입법과 연계해 관계기관과 조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쟁점

가장 큰 쟁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다. 당정 논의에서는 은행이 지분 50%+1주 이상을 가진 컨소시엄에만 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은행 중심으로 시장을 안정시킨 뒤 문을 넓히자는 쪽이다. 국회 일부와 핀테크 업계는 비금융 기업에도 발행 자격을 줘야 한다고 맞선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이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발행 주체의 자기자본 요건도 의원안마다 5억원에서 50억원 이상까지 차이가 난다.

두 번째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 한도다. 금융위는 대주주 지분을 20% 안팎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예외적으로 34%까지 허용하는 안과 지분은 두되 의결권만 묶는 절충안도 함께 거론된다. 업계와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미 보유한 지분을 강제로 처분하게 하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그 사이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식 교환 추진처럼 업계 지배구조는 스스로 재편되고 있다.

세 번째는 거래소 인허가 체계다. 현재 원화 마켓을 운영하는 거래소는 5곳이다. 이강일 의원은 국감에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결합, 토스의 결제·대출 확장을 들어 시장 집중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이 위원장은 스테이블코인 유형과 라이선스 운영은 시장 상황을 보며 정책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입법 순서도 논란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이 정해지기도 전에 과세부터 시작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과세 유예 논의와 기본법 일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다.

전망과 체크포인트

첫째, 정부안이 언제 어떤 형태로 들어오느냐다. 금융위는 의원안을 먼저 심사하다가 정부안이 나오면 병합하는 방식을 구상해 왔다. 다만 공청회부터 소위, 상임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까지 남은 절차를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함께 연내에 마치기에는 시간이 빠듯하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둘째, 정부안에 담길 숫자다. 발행 주체의 은행 지분 기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상한과 처분 유예기간, 발행인의 자본금과 준비자산 요건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사업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달라진다.

셋째, 외부 시계다. 미국 스테이블코인법(GENIUS Act)은 2027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민병덕 의원은 그 시점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로 대거 들어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넷째, 후속 과제의 연쇄 지연이다.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와 현물 ETF 도입은 모두 기본법 지연과 함께 묶여 있다. 11월 소위에서 심사가 시작되지 못하면 이 일정들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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